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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영화

도서관에서 떠나는 세계영화여행 #4 - '아이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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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떠나는 세계영화여행 #4.

 

<길에 대한 감식, 아이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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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 봐도 이 길과 똑같이 생긴 곳은 없어. 단 하나 밖에 없지.”

 

방금 전까지 기면발작으로 길 위에 누워서 잠이 들었던 주인공 마이크(리버 피닉스)가 깨어나서 독백을 한다.

지평선 너머까지 길게 뻗어있는 도로. 마이크는 차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 황량한 길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영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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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스무 살 때였다. 내 스무 살도 이 영화의 첫 장면과 똑같았다.

나는 길 위에 서 있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서 있는 곳이 어느 지점인지 몰랐다.(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쨌건)

그때는 이 영화의 내적 의미를 생각할 만큼 차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외적인 이야기만 쫄랑쫄랑 따라가면서 영화를 봤다.

 

마이크는 헤어진 엄마를 찾아서 길 위에 나섰고 생활을 위해(혹은 외로움을 속이려고) 거리에서 동성에게 몸을 판다.

 ‘거리의 왕’ 밥에게서 거리에서 사는(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거리의 친구 스콧에게 우정 이상의 위태로운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스콧과 함께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를 여행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거리’의 영화이고 ‘길’의 영화이고 ‘여행’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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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체적으로 거칠다.

 갑작스런 기면발작으로 마이크가 쓰러져 의식을 잃어버리듯 영화의 이야기 진행도

순간순간 의미 없이 분절됐다가 불쑥 이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그래서 영화는 조금 낯설다. 매끄럽지 않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로 인해 영화는 독특한 억양과 말투로 영화 내적인 의미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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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는 끝내 엄마를...

만나지 못한다.

기면발작이 일어나는 순간마다 그의 비젼으로 보이는 엄마와 고향집 그리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이미지는

이 영화가 도달하려는 목적지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것은 ‘평화의 완성’, ‘시원(始原)을 향한 회귀’ 혹은 ‘자기 정체성의 확인’을 찾아서

끊임없이 길 위에 서야 하는 인간을 표현해내려는 의도였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영화는 끝내 ‘평화’와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주인공 마이크를 길 위에 던져놓고 끝이 난다.

 

“나는 길의 감식가다. 평생 길을 감식할 거야.”

 

마이크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처럼, 길에 대한 한 마디를 내뱉고는 기면발작으로 다시 길 위에 눕는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지만,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길에 대한 주인공 마이크와 스콧과 모든 등장인물들의 감식 행위는 아마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구스반 산트 감독은 아마도 그런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원죄와도 같은 갈망을 품고 끊임없이 몸과 마음의 고향(존재의 시원)을 찾아 길 위에 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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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시절이 까마득한 지금,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있다.

가끔은 마음의 기면발작으로 어떤 비젼을 보기도 하지만, 찾던 것들은 항상 손 끝 앞에서 스르륵 빠져 나간다.

지칠 법도 한 세월인데 아직 지치지 않은 걸 보면,

인간은 모두 길의 감식가로 태어나 그렇게 평생 길 위에서 찾고 놓치고 느끼고 이해하고

미워하고 용서하다가 죽는 운명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리버 피닉스는 젊어서 갑자기 죽었고

키아누 리브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노숙자가 되어 길 위를 오랫동안 떠돌았고 그리고

 나는…….

 

Comments

한사람
음...

젊은 남자 둘의 이야기이네요..

제임스 딘과 한국 누구인가....

좀 생각 많이 해봐야 되는 무거운 주제입니다요...ㅇㅇ